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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mmorpg와 한국의 개발력

1.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 히트한 ' 캐쥬얼 게임은 아마도 넥슨의 퀴즈퀴즈. 진짜 단순한 게임이었는데, 내가 겜방알바할 때 겜방에 여자애들 그렇게 많이 오는거 첨봤다. 한편으로 흐믓하고, 한편으로는 그 다소간 조잡한 -_- 게임 방식에 약간의 실망도 하고. 뭐 아무튼 히트했다. 그 이후론 포트리스? ' 국민게임 ' 이라는 말 처음 만들어낸 마케팅팀에 박수. 그 이후론 아마도 BnB 였던 것 같다. 표절이네 뭐네 말은 많았지만 아무튼 -_- 포트리스가 어떤 유료화방식을 썼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만약 포트리스가 캐쉬템을 선구자가 아니었다면, 이 방식을 최초로 대중화시킨 것은 아마도 BnB일 것이다.

중요한건 이게 아니고. 꾸준히 캐쥬얼 게임 히트작들이 나오곤 있었지만, 빠르게는 2002년, 늦게는 2004년까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 속에 ' 대세는 mmorpg ' 였다. 스타와 리니지의 동반히트 이후 곧장 쏟아져나온게 국산 RTS들이었으나, 국산이건 외산이건 스타 이외엔 아무튼 다른건 다 안먹혔다. 한동안 열심히 쏟아져나오던 RTS들이 모두 실패하고나자 사람들은 깨달았다. ' 아, 유저들은 RTS를 원하는게 아니라 스타를 원하는구나. ' 같은 회사에서 만든 워크래프트의 프로리그가 고전하는 것만봐도 알 수 있다.

신기한건, 그렇게 RTS열풍이 지나가고 난 후에도 여전히 mmorpg는 꾸준히 만들어져왔다는거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거다. 게중에서도 내가 꼽는건 스타류의 RTS는 그럭저럭 중박이라한들 한번 돈받고 팔면 그걸로 장땡이지만, 당시의 mmorpg는 월정액으로 동접 2천명 ~ 4천명 선만 유지해도 싸장님이 직원들 월급 다 주고 일주일에 한번씩 룸싸롱가기에 부족함 없는 돈을 벌어줬기 때문에. 그런걸 본 다른 분들께서도 ' 저정도면 쏠쏠하네 ' 라는 생각에서 꾸준히 사람들 모아다 그런거 만든게 아닐까.

뮤의 히트이후 사정이 좀 달라졌다. 이제 대세는 3D가 되었다. 문제는 3D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돈은 2D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돈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거였다. 내가 아는 어떤 2D mmorpg는 개발팀원만 ( 즉 운영 및 여타직원 제외. 오로지 개발팀원 ) 8명에서 9명선으로 지금껏 5년 넘게 서비스중이다. 캐릭터 2명 배경 2명, 기획 2명, 플밍 2명으로 잘도 버틴다. 아, 서버인원 제외했네 ;; 그래도 서버담당자가 2명 넘어본 일 없으니, 기껏해야 10명에서 11명선이면 꾸준히 업데이트하면서 잘도 버틸 수 있다는 얘기. 3D 게임은? 개발비에서 0이 9개를 넘기는 시대를 연 것이 바로 여타의 3D 게임도 아닌 3D mmorpg 이다. 이정도 인원으로 유지보수조차 택도 없다.

그리고 mmorpg의 몰락이 시작됐다. ' 몰락이 시작됐다 ' 라고 하면 뭔가 아주 스산한 분위기가 들지만, 사실상 절정에서 하강곡선을 타기 시작하는 바로 그 시점이 몰락이 시작된 시점이므로, 몰락이 시작되던 당시의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다. 내가 보는 몰락이 시작된 시점은 아마도 리니지2가 런칭하고나서 몇달쯤 후가 아닌가 싶다. 그대로 무너질 수도 있었지만 와우가 나와서 수명을 조금 더 연장시켜줬다. 전체 시장의 입장에서는 수명이 연장된 것이 확실하지만, 만드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별로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3D mmorpg 시장은 그다지 폭이 넓지 않은 느낌이다. 자세한건 숫자들을 좀 살펴봐야겠지만 -_- 적어도 체감하는 것은 그렇다.

2.

참고로 지금 내가 말하고자하는건 ' 개발력 ' 이다. 개발팀원들의 질적인 수준에서 경험의 깊이를 거쳐 개발지원팀 - 요컨데 각 개발사들의 사원복지라거나 기타등등 - 에서 프로세스의 확립에 이르기까지, 개발에 필요한 전체적인 모든 작업들의 퀄리티. 문제는 3D mmorpg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개발력이 2D mmorpg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그것에 비해 몇배로 뛴다는거다. 까이꺼 수틀리면 타일베이스로 만들어도 그만이던 게임이 갑자기 3D가 되면서 전에는 고민하지 않아도 되던 무수한 문제들이 생겨났다. 작게는 이걸 바운더리 박스를 작업자들이 일일이 만들어서 할건지 아니면 실물리계산을 할건지, 가시거리는 어느정도로 잡아야 그럴싸한 배경도 보여주면서 퍼포먼스 저하는 없는지, 캐릭터의 폴리곤은 몇개쯤으로해야 마을처럼 사람 몰리는데서도 버벅거리지 않으면서 예쁘장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지 ... 세어보자면 끝도 없다.

이런 것들은 단순히 기술상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런걸 의논하고 상의하고 결론을 내고 실작업을 하고 결과물을 가지고 테스트를 해본 후 피드백을 하기까지의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해야하는 사람의 숫자도 어마어마하다. 요컨데 작업자가 2명일 때 커뮤니케이션 난이도가 2 라면 작업자가 1명만 더 늘어나도 커뮤니케이션 난이도는 4로 늘어난다. 커뮤니케이션 난이도는 팀원들의 숫자가 더하기로 늘어날 때 곱하기로 늘어나는 것이다. 하물며 적게는 20명에서 많게는 50명까지 함께 일해야하는 3D mmorpg 개발에서의 이런 복잡한 문제들은 ...

이런 문제가 한국에서 특히 더 심각한 이유는, 한국이 ' 게임 개발 ' 이라는걸 언제 해본 일이 별로 없다는거다. 다들 알다시피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이 활성화된 것은 스타와 리니지를 통해서였다. 그전에는 소위 1세대 개발자라는 분들께옵서 인터넷도 아닌 하이텔이나 천리안 등지에 모여 오손도손 반쯤은 취미로 반쯤은 부수입도 기대하며 만들던 것이 전부였는데, 이 1세대 개발자분들 중 상당수는 원래 본업이 있으셨기 때문인지 게임개발에서 비전을 못보셔서인지 노하우고 다큐멘테이션이고 없이 어디론가 실종되어버렸고, 그 이후의 세대들은 애초에 그런 알량한 경험마저도 없다.

근데 3D mmorpg라는건 지금까지 컴퓨터 게임개발 역사상 유래없을정도로 ' 초고난이도 ' 태스크다. 저 유명한 콘솔의 고장 일본에서조차 파판11 빼고는 성공한 mmorpg를 만들어 본 일이 없으며, 저 유명한 PC게임의 본산 북미에서조차 시작하는 3d mmorpg 프로젝트의 숫자에 비해 서비스를 시작하는 3d mmorpg의 숫자가 어이없을정도로 적다. 세계에서 컴퓨터 게임 개발에 관한한 가장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두 나라의 개발상황이 이럴진데 하물며 그런 역사조차 없는 한국에서 3d mmorpg를 제대로 만든다는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온라인 게임 개발에 대해 나온 책들 중에서 가장 무난한 책으로 생각하는 ' 온라인 게임 개발 이렇게 한다 ' [ 제시카 멀리건 / 브리짓 패트로브스키 ] 를 읽고난 나의 소감은 이랬다. ' mmorpg 만드는거 니가 생각하는거만큼 쉽지않아. 어려운 점 1번, 2번, 3번, 4번 .... 2394238042 번. 이래도 할래? '

돌이켜보면 한국은 여차저차한 상황들에 떠밀려 너무 어린 나이에 너무 심한 일을 떠맡아서 해야만 했다. 개발력이라는건 일종의 인프라랑 비슷해서, 차곡차곡 하나둘씩 쌓여나가야만 한다. 즉 지름길이나 편법을 통해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술공유에 그렇게나 적극적이던 카멕이 3D 게임을 만들고나서도 십수년이 흘러서야 다른 회사들이 카멕을 능가할만한 3D 게임들을 만들 수 있었던 사례를 상기해보자. 전체 개발력의 인프라가 선두에서 이 새로운 아이템을 만든 사람을 따라잡기까지 십수년이 걸렸다는 얘기다. 모두가 나서서 서로서로 아는거 나눠주고 돕고 한다해도 저정도의 시간이 걸릴진데, 우리처럼 나눠주기전에 애초에 아는걸 정리부터 안하는 문화 - 일하기 바쁜데 그런거 언제 해? - 에서는 당연히 더 더딜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단순히 ' 그래서 잘 만들기 어렵다. ' 라는데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이든 뭐든 실패를 하면 배우는게 있어야하는데, 그게 지나치게 높은 목표를 조준하다가 실패한 경우엔 배우는 것마저도 별로 많지 않다. 초딩에게 미적분 가르치면 걔가 뭘 배울까? -_- 못푸는건 물론이고 배우는 것도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멋모르고 3D mmorpg라는 사상 초유의 고난이도 태스크에 모든 사람들이 뛰어들었고, 그 결과 얻는 것 없이 수년을 보냈다. 뭐 사실 얻는게 아예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그간 해왔던 크고 아름다운 ( 아름답지는 않나 ;; ) 삽질들에 비해서 얻은게 확실히 없긴 하다. 적어도 ' 다큐멘테이션이 중요해요 ' 정도의 상식조차도, 우린 아직 널리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

3.

그런 점에서 캐쥬얼 게임이 mmorpg를 앞지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재의 상황은 아주 적절해보인다. 생각해보면 3D mmorpg들이 모두 비슷한 수준에서 서로 다를 뿐 - 다시말해 투자한 시간에 비례해서 별로 발전해오지 못했던 것에 비해서 캐쥬얼 게임들의 진보는 눈부시다. 만들기 진짜 쉬워보이는 퀴즈퀴즈에서 그리 어려워보이지는 않는 포트리스로, 턴제로 돌아가던 포트리스에서 실시간이 된 BnB로, 그래도 여전히 2D 베이스였던데다가 별다른 스크롤나부랭이 필요없던 BnB에서 본격적인 레이싱게임에 가까운 카트라이더로, 그리고 프리스타일로, 그리고 앞으로는? 아마도 지스타에서 히트했다던 프리잭? 그간 히트했던 캐쥬얼 게임들의 계보를 쭉 나열해놓고보면, 마치 오래전의 게임들로부터 최근작 콘솔게임으로 발전해 온 듯한 착각도 든다. 적어도 캐쥬얼 게임을 만드는 우리의 실력만큼은 착실히 발전해왔단 말씀.

이건 달리말하면 우리나라에서 3d mmorpg를 만들어야만 했던 상황상의 문제가 바로 우리나라의 개발력이 정상적인 속도로 발전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었다는 얘기다. 앞서도 내가 말했듯 2D 기반이던 mmorpg들이 3D가 대세가 되면서 - 아 물론 다른 많은 주변상황들도 여기에 일조했다고 보지만 - 몰락이 시작된 것과도 얼추 비슷하게 맞아들어가는 얘기다. ( 사실 3D 대세가 되면서 mmorpg의 몰락이 시작됐다고 우기는건 내가 억지로 우겨넣었지만 ;; ) 아울러 이제 십수년이 되어가는 이 필드의 그 모진 고난의 세월들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이 다들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겐가? 하는데 대한 답이기도 하다.

차라리 2D 에서 머물렀더라면 좋았을 것을 우린 너무 빨리 너무 복잡한 일들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귀결은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맞는 - 즉 캐쥬얼 게임 개발이 대세가 되는 것이 되었다. 이제 거창하고 복잡하고 웅대하며 아름답지만 우리에게 맞지 않는 3D mmorpg 만들기 같은건 조금 접어두는게 어떻겠나? 그보다는 우리 수준에 맞는 mo 같은게, 캐쥬얼 게임에 이어서 도전해볼만한 과제가 아닌가 말이다. 그리고 우리의 인프라가 ' 이제 mo 쯤은 우습삼 ' 할 정도가 되면 그때부턴 바야흐로 한국에서 독자적인 게임 플레이를 다른 곳으로 퍼뜨릴 때가 아닐까. 뭐 그때부터 진짜 와우랑 삐까한 3d mmorpg를 만들어준다해도 ㄳㄳ하고.

좀 불안한건 우리나라 게임이라는게 그때까지 살아있을 수 있을까하는거지만. -_-

** 아 이거 지금 방금 깨달은건데 블로그의 가로글자수를 늘렸더니 글의 양이 수리술술 늘어나네 ;; 신기하네 @_@ 문제는 쓸데없는 내용만 주욱 길어져서 그렇지 -_-






 

by zeRe | 2006/12/23 19:40 | games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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